신학대학원에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1.책에 관한 정보 얻기
1)강의 한 발 앞서가기
2)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라
3)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
4)서점에 책이 있다
5)전격 Z작전
2.효과적으로 책읽기
1)주제별로 책읽기
2)서평읽고 책읽기
3)책과 대화하기
4)책 읽은 내용 이야기하기
5)책 읽은 내용 정리하기
6)책갈피 만들기
7)읽은 책 번호 메기기
모든 시작이 어렵다는 독일 속담도 있지만, 신대원 생활의 시작은 많은 당혹감을 준다. 은혜로만 될줄 알았던 신학 수업이 쏟아지는 리포트와 이해할 수 없는 강의 내용으로 자신의 소명을 다시 점검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갈등으로 걸림돌이 되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신대원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신학에 관련된 책의 특징이 다른 책들과는 또 달라서 여러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너무 비학문적이지는 않을까, 아니면 자신이 속한 신학교에서 금서(禁書) 수준의 책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고 결국 리포트와 사역이라는 핑계로 2학년쯤 되어서는 고민도 묻혀지고 학과 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하게 되다가 3학년쯤 가서는 많은 이들이 신학 무용론(無用論)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학대학원에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그러나 이 글에서 도서 목록을 나열하는 것은 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또 가지고 있는 성향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목록은 시간이 흐르면 계속 갱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목록의 제시보다는 적절한 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과 판별하는 방법, 그리고 간단한 독서 요령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1.책에 관한 정보 얻기
1)강의 한 발 앞서가기
당연한 것이지만, 실천되고 있지 않은 것이 각 과목의 강의 계획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강의 계획서에는 그 과목을 수강하기에 필요한 참고 문헌 목록들이 나와있다. 가능하면 그것들을 먼저 섭렵하라. 강의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 책들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 계획서가 나오자마자 접근하라는 것이다. 여러 권의 책들을 다 살 필요는 없다. 각 학교 도서관에는 각 수강 과목과 관련된 도서들을 여러 권씩 비치해 놓고 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그 책들의 내용을 파악하면 대출하고 싶어도 다른 이들이 대출해가서 대출하지 못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정말로 그 책을 구입할 것인지의 여부도 빨리 판단할 수 있다. 조금 더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작년의 강의 계획서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의 계획서를 이용의 장점은 각각 그 신대원 상황에 맞는 가장 표준적인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자, 조금의 여유가 나의 신학을 더욱 풍성히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다 읽는 책을 조금 더 빨리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2)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라
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신학생들은 의외로 선배나 동료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그 분야의 책을 선택하는데에 있어서 전문가일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가는 직접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들이다. 어떤 분야의 책이 궁금한가? 그 분야의 전공 교수님에게 찾아가서 문의해보자. 다가갈 용기가 없으면 정보도 얻을 수 없음을 기억하도록 하자.
문제가 되는 것은 신학대학원의 교수님들은 대부분, 일반 학교의 교수님들보다도 공사다망(公私多忙)하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조교를 맡은 동료에게 부탁하여 교수님의 연구실을 한 번 둘러볼 기회라도 가져보자. 전문가의 서가에 꽂혀있는 책이 무엇인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강의 계획표 참고문헌에 소개되지 않은 진짜 가치있는 참고문헌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있지만 거의 활용(?)하지 않는 전문가는 도서관의 사서이다. 궁금한 분야의 책이 있다면, 그 책이 어디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자료는 무엇인지 물어보자. 특히 전문 정간물에 대한 정보는 사서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학교의 도서관과 또 다른 학교의 도서관, 그리고 여러 신학 전문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이 우리의 질문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교수님과 사서를 귀찮게 하면 할수록, 얻을 있는 정보는 많아지고 정보의 질도 고급화된다. 실력있는 선생은 선생을 귀찮게 하는 실력있는 제자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3)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
일반적인 신앙 서적이 아닌 신학 서적에는 밑에 각주와 참고문헌이 제시된다.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정보는 책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각주에서 각주로 계속해서 꼬리를 물어가며 책을 읽어 나간다면, 그 분야에 폭넓고 균형잡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의 바탕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신학의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사전’으로부터 정보를 찾기 시작하라. 신약신학 분야의 경우 IVP 사전 시리즈, 구약과 신약의 NIDOTTE, NIDNTTE, 신학 일반 분야는 Anchor Bible Dictionary, 독일어가 가능하다면 TRE 등을 사용하여 관심 있는 분야의 항목을 찾고 그것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을 잡은 후, 참고 문헌 목록을 통하여 더 심화된 독서를 해 나간다면 신학 전문 분야의 지식을 쌓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의외로 백과사전류가 우리에게 알찬 지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교회사, 성경 일반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분야에는 이미 정평 있는 사전들이 나와있다.
책의 참고 문헌 정보를 적극 활용할 것, 모르는 분야는 사전으로부터 시작할 것! 이 두가지는 신학 수업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두 가지이다.
4)서점에 책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새 책은 서점에 먼저 나온다. 도서관의 서가에 꽂히기 전, 전문가의 책꽂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새 책은 서점의 진열장에 먼저 꽂혀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최신의 정보는 서점에서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기독교서회, 종로서적, 을지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 생명의 말씀사로 이어지는 종로의 서점가와 각 신학교 앞의 서점들, 사랑의 교회 앞의 라비블 등을 거닐다 보면, 최신의 신학 자료들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 서점들은 최신 간행물들에 대한 북리뷰를 얻을 수 있는 곳들도 많이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권하고 싶은 방법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그 책의 내용이 어떤 지 확인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은 www.amazon.com 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학술 서적의 경우에는 www.tmecca.co.kr이 잘 정리되어 있으며, 신학 분야에 있어서는 www.labible.co.kr, www.bookidea.co.kr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회원제 등을 통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책이 있어야 서점을 간다면, 최신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 할 일없이 서점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시간을 훨씬 더 절약하는 길이다. 때때로 서점가를 거닐다보면 전문가보다 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신을 어느 순간엔가 발견할 것이다. 그 때는 한 번 이렇게 이야기하자. “교수님, 아직 이 책 나온거 모르셨어요?”
5)전격 Z작전
읽을 책을 선정하는데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이용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드물다.
도서관에 가면 일정한 분류법에 따라 자료를 정리해 놓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지학/정보학”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 의회 분류 방식에서 서지학/정보학 분야는 “Z"로 분류된다. 도서관에 가서 서지학 항목의 서가를 주목하여 보라. 각종 분야에 대한 추천 도서 목록이 빼곡이 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약 신학 분야, 구약 신학 분야, 조직 신학 분야, 실천 신학 분야, 교회사 분야 등을 막론하고 보다 세부적인 분야의 문헌 목록이 서가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가의 “Z" 항목을 들려보지 않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결단코 하지 말기를 바란다.
2.효과적으로 책 읽기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책에 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아는 것이다.
우리가 읽는 내용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책읽기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즉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1)주제별로 책 읽기
어떤 분야의 책을 읽을 때에 이 분야, 저 분야로 남들이 좋다는 책들만 지나쳐가다 보면 정작 머리에는 내용이 하나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그 책을 소유하거나 대강 훑어 보았다는 것이 그 내용을 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한 분야의 책을 최소한 3권 이상씩 묶어서 읽자. 그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접함으로써 균형 잡힌 견해를 얻을 수 있다.
혼자 여러 권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독서의 동역자를 만들어 보자. 각기 같은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 혼자 읽었을 때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뿐아니라, 발제하는 사람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서평 읽고 책읽기
조금 낯선 분야의 책이나 학술적인 책들은 난이도가 높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책에 관한 서평을 먼저 읽고 책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국내 각 신학 정간물에서도 서평은 꾸준히 제시되고 있으며, 외국 원서들의 경우에는 ATLA CD를 통해서 서평을 검색할 수 있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가 그 책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서평을 읽고 나면, 책읽기가 훨씬 더 수월해 진다. 여러 전문가의 서평을 읽어 한 사람의 견해에 치우치지는 것을 방지 한다면, 서평 먼저 읽기는 어려운 책 읽기에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3)책과 대화하기
일반적으로 책은 나에게 말하고 나는 침묵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책을 진정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빈 여백에 자신의 견해를 쓴다든지, 요약해 놓는 등의 방법으로 내가 책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일방적인 ‘들음’에서는 얻는 것이 적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Know How가 첨가되면 더 좋다. 즉 단순한 요약은 파란색으로 쓰고, 반대하는 의견은 빨간색으로 쓰는 것과 같은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책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게 빌린 책을 가지고 마음껏 낙서할 수는 없을 것이다.
4)책 읽은 내용 이야기하기
자신이 읽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 번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것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동료에게 자신이 읽은 내용을 이야기 해보면 지식이 더 체계화되고 깊어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라. 그 역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독서의 자산을 사역의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독서와 사역이 분리되지 않는 것은 시간 관리 면에서나, 현장성을 가진 신학이라는 차원에 있어서나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물론 설익은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소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5)책 읽은 내용 정리하기
여러 가지 방법을 써도 사람의 기억력은 믿을 수 없는 것이기에, 책 읽은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너무 자세히 구체적으로 쓸 필요는 없다. 시작이 창대하면 나중은 미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한 두 문단 정도로 책 내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독서 일기와 아울러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자기만의 명언집, 혹은 자료집을 만들라는 것이다. 독서 카드나, 가능하다면 컴퓨터 파일로 책을 읽다가 괜찮거나 와 닿는 부분들,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표현들을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어떤 분야의 글을 쓰든지 이미 준비한 충분한 자료를 소유한 것이 된다. 이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프로그램들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맞는 방법을 찾아 명언집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논문 작성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명언집, 혹은 자료집에는 저자, 출처, 페이지, 내용,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의 주제어만 있으면 충분하다.
또한 컴퓨터 파일로 정리했을 때의 장점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이 부분은 남에게 거저 주지 말아야 한다. 잘 써먹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러기에는 들인 노력이 아깝다. 반드시 나의 파일을 넘기기 전에 그 사람의 파일도 받도록 하라. 물론 서로의 성실성이 보장된다면, 조직적으로 분야를 정해서 명언집을 작성해 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6)책갈피 만들기
많은 양의 책 가운데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나중에 빨리 찾도록 하는 것이 책갈피(bookmark)이다. 즐겨찾기는 인터넷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가 필요한 부분에는 간단한 주제어나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책갈피를 달아 놓자. 자세한 요약은 더 복잡하게만 할 뿐이고, 주제어 하나, 문장 하나로 충분하다. 나중에 시간에 쫓기며 논문을 쓸 때에는 이것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7)읽은 책 번호 메기기
읽은 책 번호 메기기는 독서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 1년 혹은 한 달에 읽을 책을 정해놓고 번호를 메겨보자. 자신의 성실도에 대한 측정이 되며, 동기부여에도 효과적이다.
자신이 전문적인 학자의 길을 원하든, 목회자의 길을 원하든, 아니면 오지에 복음을 들고갈 선교사의 길을 원하든 신학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책은 멀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까닭은 나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요, 말씀에 굶주려 있는 저들에게 학자의 혀를 가지고 보다 쉽게 그러나 강하게 말씀을 증거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책의 바다에 빠져죽지 말아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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